모든 부모는, 자녀들이 자신들 보다 더 잘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때의 ‘잘 산다’는 말은 ‘성공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의 가족치료 연구가인 사티어(Satir)는 ‘성공했다고 주관적, 객관적으로 평가된 중년기 여성과 남상’을 대상으로, 그들의 부모가 그들을 키울 때 가장 강조한 가치가 무엇이었는가를 탐색해 보았다. 다양한 가치들 중 가장 많은 부모들이 중시한 가치는 자아존중감(self-confidence)과 이타심(altruism)이었다.
‘자아존중감’이란 자신감. 자아개념 등과 유사하게 사용되는 것으로 ‘자기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태도’ 로, 인간발달 초기(10살 무렵까지)에 형성되도록 지지해주고 강화시켜주어야 되는 중요한 양육의 포인트이다. 자신감은 물론 주변사람들에 대한 신뢰, 스스로 놀 줄 아는 주도성에 기인하기도 한다.
‘이타심’은 청소년기 이후에 가장 왕성하게 형성되는 사회적 능력으로, 친구 혹 동료들과의 관계, 배우자와의 관계, 사회적 네트워크 등의 형성에 제일 필요한 능력이다. 즉이런 능력이 안정적인 사람들일수록 성공적인 삶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잘 산다’라는 말은 ‘성공했다’는 수직적이고 수량적 개념보다는 ‘행복하다’는 수평적, 정성적 개념으로 환치된다. 객관적 수치, 물질적 안락 보다는 주관적이고 정신적 풍요로움을 더 강조한다고 하겠다.
미국 하바드 의과대학의 바일런트(Vaillant)교수는 입학생 900여명을 70여 년 간 장기추적 조사한 연구보고서를 ‘wellaging’이란 제목으로 출간하였다(국내에서는 ‘행복의 조건’ 이란 제목으로 출판됨). 이 책에서 그는 ‘행복의 조건’ 즉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첫째, 어린 시절의 행복감이다. 어린 시절에 위에서 언급한 그런 가치들을 양육과 교육과정에서 잘 습득하였는 가이다. 어린 시절의 행복감은 성인 이후의 삶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중요한 좌표이다.
둘째,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건강은 균형 잡힌 식생할, 일상적 운동, 술과 담배의 절제 등으로 보장 받을 수 있다.
셋째로 그 연구가 지적하는 점은 ‘성숙한 방어기제(mature defense mechanism)’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 가였다. 일상의 사소한 사건들이나 사람들과의 갈등 상황에서 그 사람이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가를 적응기제 즉 방어기제라고 볼 때, 왜곡/억압/전이/반동형성 등과 같은 미성숙하고 신경증적인 기제보다는 동일시/지성화/합리화/억제/승화 등과 같은 성숙한 기제를 드러내는 사람들일수록 인간관계가 좋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관계가 다양하고, 일상에서 사람으로부터 받는 상처가 작다.
스트레스는 외부에서 오는 요인으로서의 긴장감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심리적로 그런 외부 요인들을 해석하는 나의 태도 즉 적응기제에 있다고 볼 때, 인간이 자신의 환경에 대처하는 성숙한 태도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넷째로, 이 연구보고서는 ‘친밀한 파트너십’을 행복의 조건으로 꼽고 있다. 이 연구는 마지막에 초고령 노인들의 행복에 집중한 결과, 원만한 파트너십(결혼생활, 가족생활 등)이 노년기 삶에서는 매우 중요한 행복의 조건이라고 제시하였다.
그리고 반가운 것은 중년기 이후의 성역할 양성화경향은 성별을 초월하여 인간의 친밀한 파트너십을 개선시키기 쉽게 해 준다는 것이다. 늙고 병든 고령기에 나를 사랑해 줄, 내가 사랑해야 되는, 또 나에게 가장 필요한 파트너는 누구인가?
잘 산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가이다. 그래서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명백한 답을, ‘지금의 삶’에서 충실하게 실천하면서 사는 것이다. 당장 건강관리와 옆의 식구들에게 관심가지는 것으로 시작해 보면 좋을 것 같다.
[2017년 5월 19일 제88호 1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