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중 인생곡선(인생을 연령을 기준으로 몇 단계로 나눈 뒤, 각 단계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활동)을 그려보는 시간에, 나는 그들의 어린 시절(10살 미만으로 거의 초등학교 시절 전후)이야기를 잘 듣는다.
80이 넘으신 어르신들이 그들의 열 살 때 추억을 풀어내실 때 보면, 그들의 얼굴은 온화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아름답다. 내가 만난 많은 어르신들 중, 그 어린 시절의 불운(부모가 일찍 돌아가셨다거나, 지독한 가난으로 배가 고팠다거나, 많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거나...)을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극히 적다.
아마도 새로운 삶을 찾아 평생교육에 동참한 분들 정도라면 그 어린 시절의 비(非)행운을 나름대로 숙성시킨, 즉 고난을 이긴 스스로를 칭찬해 주는 정도로 성숙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부모들과 ‘좋은 부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것이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며 어떤상태에서 행복해 하는 가를 잘 아는부모의 관심’의 중요성이다.
때론 너무 과잉보호가 되어, 미리부모가 아이의 욕구를 앞질러 인지해 아이의 요구 이전에 부모가 알아서 미리 충족시켜버리는 잘못된 양육태도를 지적하긴 하지만, 대체로 내가 만나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관심과 주의를 많이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혼이 증가하는 현상의 뒷면에는 어른 싸움에 아이가 방치되는, 즉 아이의 욕구가 무시되는 상황에 아이들이 놓여져 있기도 하다. 어린 시절의 행복 - 이건 한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감을 느끼며 사는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험이다.
어린 시절의 행복감이란 안정된 의식주 생활이 보장되었는가와 사랑과 칭찬을 수시로 받은, 그런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었는가에서 얻어진다. 그 위에 사회적 인정과 친밀감의 표현 등이 보태어져 비교적 올곧은 생각과 자세로 성장이 이루어지면 그는 어린 시절이 행복했다고 느낀다.
그러나 나의 어린 시절의 행복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건 내 부모와 조부모, 내가 살았던 시대가 만든 환경에 뿌리를 두고 있기때문에 나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행복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이 ‘어린 시절의 행복감’이란 주관적 감정이 노인들의 인생 평가에 영향 미치는 주요 변수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심리학자 프로이드도 어린 시절의 중요성을 주장하
였다.
어른이 되어 버린 우리가 '어린시절의 행복‘의 중요성에서 얻는 교훈은 첫째, 내 아이 뿐 아니라 이 시대, 함께 살아가는 많은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줄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과, 둘째로는 내게, 어쩔 수가 없었던 비록 불행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걸 달리 해석하고이해해 보려는 노력에서 지금의 나의 행복이 배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행복하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하더라도, 스스로 나쁜 기억은 이겨내고(재해석하고) 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그 느낌과 힘으로 청년기와 성인기를 보낸 사람들은 그나마 노년기에 느끼는 인생만족도가 낮지는 않다. 엔딩노트 수업에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경험은 내 인생의 의미를 찾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 ‘엔딩노트 수업 한국다잉매터스(010-9329-6023)
[2017년 6월 23일 제89호 13면]